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短編 단편

아! 심장

by 석규 2021. 8. 22.

잠을 못 자는 데는 이제 익숙해 져있었다.

역시나 잠은 오지를 않았고 오늘 내일 하는 심장은 지금도 뛰는게 신기한 듯 나를

두드리듯 힘차게 뿜어 내고 있었다.

잠을 못 자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 뭐랄까 뭔가가 나를 찾아오고 있었다.

여기는 병원이지만 여기는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살아가고 그러는 곳 이지만 아직 나는 살아 있지만.

오늘은 어떤 환자가 저기 저곳에 죽치고 앉아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까?

나는 일과가 되어 있었다.

내가 진료를 받고 내가 선고를 받은 저 문안의 풍경은 아직도 생각이 나질 않는다. 지금도 그렇지만.

단지 그 안에 있는 환자를 만드는 흰옷 입은 여자를 나는 증오 할 뿐이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놓은 인간 이니까.

의사 이니까 당연하지.

또는 의사 이니까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냐 라는 생각들은 부디 접어두고 이야기를 들어 주었으면 한다.

바야흐로 때는 30년전 캠퍼스는 난리를 피우고 있었다.

독재니 반미주주의 라니 파쇼 라니 그리고 잡아먹을 듯이 덤벼드는 전투경찰들의 윙윙 흔들어 대는 곤봉 소리와 보도블록을 뜯어내 자기 또래의 전경들에게 던질 돌멩이를 만드는 학생들을 바라볼 수 있는 저 쪽 편 도서관 위에서 이 뭣 같은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학생들도 당하고만 있을 수 없어서 요전 데모에 전경들에게 빼앗아 놓은 방패와 곤봉으로 대항 아닌 저항을 하고 있었지만 어쩐지 놀이를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철저하게 방관하고 있었고 뭐가 하나 바뀌어야 세상은 편해 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데모는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바뀌었고 매캐하다 못해 따가운 최루탄의 연기는 내 전신을 뒤덮던 그 순간 나는 심장의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도서관의 옥상에서 마주친 저 여학생은 나를 왼쪽으로 돌면서 짧게 외치고 쏜살같이 다른 쪽 비상구를 향해 달리고 있었다.

병신새끼.”  이 한마디를 듣는 순간 나는 정신이 혼이 빠지도록 가슴에 통증을 느꼈다.

데모에 어줍잖게 연결 되어버려 백골단 전경들에게 두드려 맞는 그런 통증이 내 온몸을 달리고 있었고 통증은 정확히 심장에서 발뒤꿈치를 세게 뚫고 지나가고 있었다.

처음 있는 일 이였다.

집안 내력 이라면 그러려니 하며 살았겠는데 갑자기 저 따위 말 한 마디에 통증을 느낀다는 것은 분명히 방금 나를 스치고 지나간 저 여자 탓 일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여자는 저주를 평생 안고 살고 있고 어쩌면 부모 중에 누군가가 무당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보모가 감당 못할 업을 딸년이 갖고 태어나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며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가 지나가자 마자 통증은 시작 되었으며 건강한 우리 집의 집안 내력 이 아니라 병신새끼 라는 말 한마디에 시작이 되었기 때문에 분명히 내 탓으로 하기에는 석연치 못한 이유 들 뿐 이였다.

분명한 통증의 시작 이였다.

데모는 날로 심해져 갔다.

이까짓 데모 따위 무시해 버리고 학교를 다니기에는 솔직하게 얘기하면 힘들지도 않았다. 전경들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있는 곳을 무시하듯이 유유히 지나가면 그들도 검문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날이 무슨 날이냐에 따라 검문의 강도는 점점 심해져 갔지만, 그러한 것쯤 일도 아니었다.

학생증 옆에 교수님의 추천서와 같은 증명서를 첨부해서 가지고 다녔던 것은 그 시대의 나라를 배반하는 파쇼와 같은 부류로 취급 되었다.

그래서 기껏 생각해 낸 것이 증명서를 보이기 보다 오히려 표정으로 그들을 안심 시키기가 좋았다.

 

내가 데모 따위 하는 학생 같아? 어디 검문 해볼 테면 해봐!”

 

전투경찰 이거나 위아래를 청자켓과 청바지로 튼튼하게 입은 백골단의 반짝반짝 빛나는 철모를 보면서 오히려 당당히 걷는 다면 무사히 전철역에서 학교까지 걸어올 수 있었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그곳을 걸을 때면 이상한 자부심 마저 들 때도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은근히 즐기면서 말이다.

어떤 때는 자신이 형사 또는 이 데모를 관장하며 막아내는 사람인듯한 착각도 들었던 적도 있었다. 오히려 점점 즐기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매캐한 최루탄은 연일 학교 앞 상가를 가로세로 지르고 있었고 남산 위의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학교주변의 최루 장갑차는 비켜날 줄을 모르고 있었지만 나는 별개였다.

시국이 어떠니 저떠니 하더라도 내게는 학교를 마쳐야 할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돈이 없으면 가만히 있어라 라고 늘 말씀 하시던 할아버지 와 잡혀가면 순사에게 치도곤을 당한다며 아침마다 신신당부를 하는 할머니 그리고 엄마.

내게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충분한 이유를 주시는 분 이시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죽어 넘어져야 할 나쁜 사람들에게도 뭔가를 해야 할 무언가를 이뤄야 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순댓국 아줌마에겐 알코올중독인 남편이 있어, 딸린 자식들을 전부 부양해야 하는 책임이 있고, 가판대에 앉아 있는 흰머리 성성한 할머니는 태생부터 잘못 태어난 아들과 힘겹지만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그리고 엄마는 내가 무사히 졸업만 한다면 세상 것 전부 다 가질 수 있을 것 같다며 무척이나 기대하며 있지만 정작 그 기대에 한 학기 한 학기 빈둥거리며 지내는 것들도 지겨워 할 때가 된 나에게 보기 좋게 배반 당할 앞으로 돌아올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아주 불쌍한 희망하며 사람들은 뭔가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며칠 전 나는 나의 책임과 이유를 찾아내고 말았다.

 

정은 의대본과 여자.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돌멩이 만들어 전경이나 백골단 헬멧에 힘차게 던지고 있는 여자.

나이는 얼추 나와 비슷하게 보이고 던지는 돌이 꽤나 멀리 나가는 것을 보니 체력 또한

좋을 것 이고 허리춤에 워크맨을 항상 달고 다니는 것을 보니 음악을 좋아하는데 클래식과는 먼 헤비메탈 쪽을 좋아할 것 이고 가끔 의사가운을 입고 나와 돌을 던지는 것도 매력적 이여서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친절하게 데모대 사진을 찍는 형사들에게 가르쳐 주는걸 보니 그리 똑똑한 의사는 될 것 같지 않으며 국가고시 또한 붙을지 말지 도

꽤나 궁금한 여자 정은.

이 여자 는 내가 이 난리통에 학교를 오게 하는 이유다.

그리고 내게 처음으로 심장의 위치를 극렬하게 가르쳐준 사람 이기도 하다.

심장의 아픔이 꽤나 블루스 하게 다가온 이상 징후는 이후 몇 번 더 있었지만 그녀를 지나치거나 만날 때만이 반응을 하기에 분명한 이유를 그녀에게 물어봐야 할 책임이 생겼다.

매일 학교를 나가는 나와 달리 정은 이란 그녀는 불규칙하게 데모대 에 참가를 하고 있었다. 이뤄내야 한다는 이루어 내야 한다는 그 마음 의 꾸준한 민주투사 와는 달리 잊어버릴 만 할 때 그녀는 어김없이 나의 시야에 들어 와 있었다.

나의 꾸준한 등교와 그녀의 잊어버릴 만할 때 나오는 민주투사 흉내는 어울리려야 어울릴 수 없는 사이였다.

 

맞지? 너 그 병신이지?”

“………”

맞네

 

그녀는 나를 잊지 않고 있었다.

드문드문 참가하는 민주투사흉내 와는 반대로 정확하고 명료하게 그녀는 나를 잊지 않고 있었다. 병신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를 외우고 알아주고 있는 그녀에게 감사할 따름이었다.

 

저는 그런 사람 아닌데요

그런 사람? 그런 사람이 어떤 사람인데

그러게요…”

맞네 병신 지가 어떤 놈 인지도 모르면서 그런 게 아니라니 그런 것이 그런 것이라서 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냐?”

 

그녀는 나를 알아주고 외워 주기는 했지만 왠지 실망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라 꼴이 이런 것이 그러한 전경들과 백골단과 데모대가 나의 탓이라며 몰아 세우고 있었다.

물론 나의 탓일 수도 있었다.

내가 조금만 나라 일에 힘을 주거나 신경을 썼다면 이러한 국면까지는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학교를 대표하는 총학생회에 회장으로 선출되었다면 정계인사들과 악수를 하며 나라를 위해 이러면 안될 것 이라며 조언을 했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나아가 3권분리의 나라임을 만천하에 공표하며 번영 민주국가 임을 널리 알렸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게 나였고 나 차정훈 이라는 사람 이다.

그녀는 이러한 나를 모르고 있음에 억울함 마저 느껴야 할 것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멀리서 이런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야 이 병신아

“…..”

뭐하고 있데이 병신은! 공부는 많이 하셨나?”

 

그녀는 내게 처음으로 말 같은 언어로 얘기를 했지만 무척 껄끄러운 대화의 시작이 아닐 수 없었다.

이야기 하는 것은 좋지만 병신아라는 저 말은 처음 본 그때와 지금 몇 초의 순간에 이미 내 귀에 익숙해 져 있었다.

그리고는 또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으며 아파오기 시작했다.

이 통증도 분명히 익숙함에 절여져 있었지만, 이 통증 그 여자 정은 을 처음 봤을 때 그때의 통증이 분명했다.

밟아!” 라는 짧은 소리에 가슴의 통증은 점점 심해지면서 갑자기 내가 알고 있던 도서관의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왼쪽을 지붕으로 하고 땅 바닥은 오른쪽으로 두고 나의 눈은 순간적으로 90도를 넘어간 각도에서 도서관을 보고 있었다.

통증과 함께 내게 얘기를 해주던 정은 이라는 여자는 꽁지가 빠지게 도망가고 있었고 조금 아까 눈으로 인사를 나누던 청자켓의 백골단 수명이 나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무엇인가를 두런두런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 새끼 그러니까 적당히 손대라니까

시정 하겠습니다!”

아아 빨리 옮겨!”

나는 이렇게 누군가에 옮겨지고 있었다.

참 이상한 감각이면서 이상한 쾌감마저 들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고 있겠지?”

누군가에 보여진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나의 모습은 그날 저녁 9시 뉴스에 전국네트워크를 통해 흐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지금 내 침대 아마도 병원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확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기억을 하고 있었다.

침대 주변에는 울고 계시는 할머니와 병원 안에서는 금연인지도 모르는 아버지는 담배를 뻑뻑 피우고 있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아이고 정훈아! 우리 애기 괜찮나?”

이놈 새끼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할머니의 걱정과 아버지의 질타는 가볍게 눈을 뜬 내게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할머니와 아버지의 내가 먼저 내가 먼저 라는 앞다투는 설명을 빌리자면 나는 데모대의 일원으로 체포 되었으나 몸수색 결과 학교의 허가서 도 있었고 경찰의 사진판독 결과 데모와는 전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신원조회를 한 결과 그 흔한 절도죄 조차도 없다는 완전한 상태여서 운이 좋아 이곳에 누워 있다는 것 이였다.

내가 운이 좋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아차 하는 순간에 나의 가슴을 때렸던 그 백골단의 청자켓 입은 녀석을 용서 할 뻔도 했지만 문이 열려 들어온 의사선생님과 따라 들어온 경찰간부 같은 사람과 애기의사들 은 나를 보며 엄청나게 재수 없는 사람인양 쳐다 보며 이렇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혹시 어릴 때 가슴이 아프거나 숨쉬기가 힘들었던 적이 있나요?”

아니요

그럼 가족 중에 심장병을 가진 분이라도?”

뭔 개소리래요 우리 아들이 뭔 심장병이라도 있는 줄 아나! 그럴 일 없거든요

심근경색 입니다. 심장이 딱딱해져 가고 있어요

뭐라고요? 아직 스물셋밖에 안 먹은 놈이 뭔 심장병이래요

선천적 이거나 물리적인 충격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만…”

아이고 참말로 애는 아픈 적이 없었다니께

 

말귀를 못 알아 듣는 아버지를 시야에 두고 나의 심장에 대해 천천히 정리해 보니.

나의 심장에 이상이 생겨 버렸고 그 원인은 선천적이 아니면 물리적 충격에 의해서 이지만 그러한 사실은 의사선생 옆에 붙어 있는 경찰입회라 인정해 줄 수 없다는 의사의 얘기는 이제부터 나는 평생을 심근경색이라는 들어 보지도 경험해 보지도 못한 무서운 심장질환을 평생을 친구처럼 지내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지금 누워있는 내게 다시 한번 상기 시켜 주고 있었다. 심장은 조용히 잘 뛰고 있었다.

대체 어디가 아픈 것인지 모를 정도로 내 심장은 고요하게 조용히 뛰고 있었다.

정말 내게 큰 심장질환이 찾아 온 것인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 나는 병원을 나와서 다시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잦은 검문에도 나는 여전히 그때 그 학생 이였다는 이유로 간부의 눈에 들어 허가증 없이도 유유히 학교를 빠져 나갈 수 있었고 등교도 할 수 있었다.

정은 이라는 의대생은 내게 병신아 한마디로 이별을 고한 것 같았다.

이후로 어디서도 볼 수 없었지만 그녀를 만난 것은 우연히도 신도림 전철역사 안에서였다.

의대생 이라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녀는 원서를 읽고 있었고 아마도 해부학 책 이였던 생각이 들었다.

뻔뻔하게 남자의 생식기가 버젓이 나오고 있는 사진을 내가 본 순간부터 몇분이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같은 페이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를 살짝 훔쳐보는 내가 창피할 정도였지만 최대한 그녀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눈을 지긋이 감거나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곤 했다.

 

좋냐? 그렇게 훔쳐보면 좋냐고!”

? ?”

병신새끼 나랑 만날래?”

 

이렇게 사귀게 된 우리는 커플이라기 보다 가끔 점심을 같이 먹는 좋은 사이가 됐고 남들 눈에도 가끔 친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가끔 나를 찾아와 생리학이 어쩌니 응급환자의 처우가 어떠니 사귀고 있다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들만을 얘기하고 그녀의 관심사 범위 안에는 전혀 나와 같은 남자는 없었다.

 

요즘 어때? 마스터베이션은?”

뭐라고 뭐?”

그거 말이야 그거 너 안 해?”

어떻게 그런걸 얘기해!”

너 군대 간다면서 몸 한번 풀어야지그 여자 정은은 군대를 간다는 나를 붙잡고 몸을 풀자며 내 손을 끌어 어딘가를 달려가고 있었다.

 

그 당시 흔히들 몸을 풀자면 응응밖에 없었지만 그것이 과연 성사될까 질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을 그녀의 입에서 몸소 몸을 풀자라고 얘기하는 자체가 이상한 현상이었다. 그녀에게 있어서 몸을 푼다 라는 것은 어떻게 어떻게 화염병 하나 더 던져보자 라는 것 이였는데 과연 남자친구 라고 하는 나의 생일에 화염병을 줄리 만무하고 그렇게 준비성이 있어 보이지도 않은데다가 그녀는 저렇게 보여도 하반신적 지조는 완전한 여인 임을 알고 있기에 애초에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뭐해 뭐하냐고 뭘 풀어 또 술 먹이려고 그러는 거지!”

! 나 여자야 니 여자라고!”

 

정은 은 나에게 직접 니 여자라고 얘기를 했다.

나의 여자인 즉 적어도 그러한 행위는 용서 할 수 있으며 또는 그러한 비스무리한 유사행위에 대해 그때 그때 용서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사회적으로도 충분한 자격이 있으며 도덕적으로도 아주 당연히 허용기준에 있다는 하여간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단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하느냐 못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 이였다.

 

! 우리 지금 어디 가는데

따라와

 

따라와의 느낌은 얼마나 사람을 안심시키며 얼마나 사람을 따듯하게 하는지 이러한 대한민국에 태어나 감사한지 그때의 그 순간을 얼마나 감사했는지.

로터리 쪽 샛길로 우리 둘은 쭉 따라갔다.

때가 때인지라 지금 학교 주변은 전부 영업을 포기하고 있었고 뭐 학교라 봐야 음식점 노래방에 막 짓기 시작한 호텔 비슷한 건물들은 보였지만 우리가 몸을 풀어야 할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사람 눈을 의식을 해야 하는 양식 있는 대학생 이여서 나는 그녀가 부끄럽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를 해야 했다.

 

우리 해?”

아씨 없네 없으면 어떻게 하지?” 없으면 어떻게 하지 는 아닌 것 같았다.

 

없어도 해야지 라는 강한 정신력으로 우리는 학력고사를 준비하며 12년을 강하게 버텨 왔다. 당연히 지금 이순간을 즐겨야 할 당연한 권리도 있었다.

낭만 이었다. 낭만.

길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있었다.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모두 들 집에서 쉬고 있거나 테레비를 보면서 우리들을 욕해야 마땅할 시민들이 상당히 신촌에는 많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없나 본데 우리 다른 동네로 넘어갈까?”

어디를?”

영등포 가자 영등포

 

지하철2호선을 타고 신도림에 내려서 갈아타려 지하통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정훈아 너 정훈이 맞지?”

? 오랜만이다 이게 얼마만이야

새끼 오랜만이네 누구냐 여자친구냐?”

? 어어…….”

 

고등학교를 정말로 우스운 성적으로 졸업한 고등학교 동창 이었다.

졸업을 하고 정말 만날 일 없을 것만 같은 녀석이었는데 세상은 이리도 복잡하고 좁았다.

 

예쁜데 소개 좀 시켜 줘봐

누군지 모르겠지만 우리 몸풀러 가야 하거든요

? 뭐라고요?”

가자 병신

 

나라가 이 모양 요 꼴 인데 우리는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이런 것이라도 없었다면 세상은 무척 재미 없을지도 모른다.

당당하게 우리는 지금 한번 하러 갑니다 라며 얘기를 하고 있는 정은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나라는 남자를 행복하게 그리고 곤욕스럽게 해주려고 이렇게 애를 쓰고 있는지 참 기쁘기 한량 없지만 혹시라도 책임이라도 지라고 한다면 아직은 학생 신분이라 아직까지는…… .

아빠가 될 준비가 되지는 않았다.

물론 의사가 될 정은은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겠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숙제이며 문제이다.

아빠가 된다면 나는 무수히 많이 준비된 아이들 중에서 오히려 왕의 후궁과 같은 간택을 받게 된 거나 다름없다.

정말 엄청나게 많은 아이들이지 만은 그 아이를 사랑하리라 마음먹었다.

물론 아이 엄마인 정은도 사랑을 해 줄 것이다.

내가 분명히 먼 훗날 멋있는 아빠가 되어 있다면 정말로 좋은 세상에 태어난 것을 좋아해주고 기뻐할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저기 아직 이렇게 까지 빠른 것은 좀 그렇지만 나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라구?”

그거 말이야 우리 그거는 참 그렇네…….”

 

그녀의 의문문인 대답은 의외였다.

내가 군대를 가는데 이 여자는 몸을 풀자 라며 얘기를 했고 몸을 풀기 위해 이리저리 나를 붙들고 다니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의 뭐라구라는 대답은 한 순간 그녀의 감정을 의심하기에 충분한 억양이었다.

갑자기 좋은 일이 아닐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그녀가 내게 해온 말들 그리고 행동들을 보면 몸 좀 풀자는 내가 지금하고 있는 생각과 많이 틀릴 것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아니 이 여자를 알몸으로 안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는게 당연했지만 어쩐지 이 여자는 내가 마음먹고 결심한 내용과 많이 틀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뭐라고 빙신아

아니 몸풀자면서

뭐라고? 나랑 하고 싶다고?”

 

지하철 신도림 역은 쩌렁쩌렁 그녀의 목소리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대학가의 잦은 데모로 인해 직장들은 빠른 퇴근을 서두르고 있는 신도림역사 안에서 그녀는 당당하게 그렇게 얘기를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또렷하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고 요새 젊은것들이란이라며 흰자 섞인 눈으로 모두들 우리를 보면서 그렇게 외쳐주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나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몸을 풀자며 그리고 둘만의 세계로 들어가 그러한 모텔을 찾고 있는 게 분명했다.

 

뭐라고? 내가 너랑 왜 해야 하는데

“…….. 저기 소리 좀 줄이자

왜 내가 너랑 해야 하냐고

그만해 창피하자나

이 병신이 방망이 달렸다고 휘두르려고 하네, ! 이 병신아 야구 좀 하자고 배팅 머신 으로 야구 좀 하고 가라고 군대에!”

 

내 머리는 우주와 같은 그녀의 머리와는 하나도 닮은 구석이 없었다.

나는 졸지에 하나밖에 모르는 무식한 군입대 대기자 가 되었고 그녀는 나를 몸이나 탐내는 군입대할 불쌍한 놈으로 아니 병신으로 보고 있었다.

그녀는 나를 쏘는듯한 깔아 보는듯한 아주 차갑게 식은 얼음과 같은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그리고는 나를 뒤로 하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1호선 승강장으로 사라졌다.

몸도 못 풀은 체 나는 군대를 가고 말았다.

그야 말로 군대말로 꼬일 대로 꼬여서 GOP도 가볍게 웃을 수 있는 GP에서 근무를 하게 되어 버렸다.

아마도 잘은 모르지만 그 시대 대학생들은 전부 최전방으로 골짜기로 보내지는 듯 했다.

나를 포함한 전방부대에 위치한 사병들은 서울시내 대학생들로만 소대원들이 구성 돼있었다.

고생 좀 직살나게 해보라는 하해와 같은 보살핌이었으리라 믿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들이 낸 세금을 얼마나 보란 듯이 보도블록을 뒤집어 엎었는지 아마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지를 못할 것이다.

물론 나도 이해는 하지만 당시의 나 자신은 한번도 데모대에 서 본적도 없었거니와 흔히들 남자들이 거치는 성인식도 그 몹쓸 정은의 몸 좀 풀자

라는 말에 화려하게 온갖 상상으로 끝난 것은 참으로 유감인 나였다.

정은은 내게 면회를 오거나 한번도 편지를 보내거나 한적이 없었다.

여자친구 같은 느낌만 갖게 했지 정작 나눠야 할 키스 따위는 생각도 해 본적이 없었다. 그때의 정은은 여자라기보다 여자일까 라는 인상을 진하게 풍겼지만 아무것도 없었던 나에겐 유일한 여자의 흔적이었다.

전방에서도 짬짬이 온갖 상상력을 동원해 화장실에서 연예인과 연애를 할 때도 정은은 후보에도 없었다. 당연히 여자로 보이지도 않았지만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한 정은이 일병을 달고 휴가를 나온 나를 일부러 우리 집 앞까지 찾아온 것은 의외의 일 이었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식구들 제 볼일 보러 모두 나가 엄마와 나 만 있는 나른한 오후를 즐기며 부대에서 그렇게 먹고 싶었던 닭을 시켜 혼자 먹으려 배달시킨 치킨을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초인종 소리가 나서 돈을 들고 문밖으로 나가보니 정은이 서있었다.

아무에게도 가르쳐 주지를 않았다.

과 동기에게도 정말 친한 고등학교 친구에게도 휴가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지금 눈앞에 서있는 사람은 정은 이였다.

왜 이 여자가 지금 내 눈앞에 서있는지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지금 눈으로 보고 있고 내 앞에 서 있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얘기를 해주었으면 했다.

 

사실은 말이야 이렇게 이렇게 해서 저렇게 된거야

 

나는 당황한 모습으로 내 주변을 둘러 보며 이 여자에게 놀란 모습을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집안에 있는 엄마라도 나를 찾아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지만 어디까지나 생각으로 끝날 것 같았다.

 

안녕

……어 오랜만

휴가 나왔네
……어 응

몸 풀러 가자

 

그녀는 어제 놀다가 헤어진 친구에게 하는 말투로 또 내게 몸을 풀자고 했다.

일단 속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빠르게 생각을 함과 동시에 나는 가슴이 답답해 오고 있음을 단박에 알고 있었다.

이 고통은 군입대전 백골단에게 맞았던 때의 증상과 비슷했다.

이 여자는 어떻게 내가 휴가를 받고 나온 것을 알까?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왔어?”

어제 길에서 봤어 그래서 따라오니까 너네 집이더라

 

길에서 나를 봐? 그것도 첫 휴가를 나오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상황인데?

재수가 없어도 한참 없다.

사실은 내심 휴가 나오는 길에 아는 동기나 동네친구 들이 나를 알아봐주기를 기다렸던 것은 사실이었다.

최전방에서 나온 나라는 사람을 봐 줬으면 하는 생각에서였다.

데모대에 앞장서는 젊은 피들은 그렇다 치고 나는 나라를 지키고 그것도 최전방에서 지금 막 철수 해서 가슴에는 뭔지 모를 호랑이 인지 용인지를 각인시킨 마크까지 하나 붙혔으니 무서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같은 부대의 어떠한 용자는 휴가 나온 해병대나 특전사들의 무리를 향해서 웬만한 객기는 다 부렸다는 등의 무용담을 가슴에 붙인 마크를 쓰다듬으며 얘기하곤 했다.

지금은 가슴의 호랑이도 용도 없고 코앞에 서있는정은이는 왠지 무섭기 까지 했다.

 

몸 풀러 가야지?”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모두 내게 가슴 언저리의 통증을 주기 시작했다. 그 당시의 부끄러움과 나의 덧없는 상상은 더욱 나를 작게 만들었다.

정은이 앞에서면 왜 이렇게 작아지는지 아마도 격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지네 아버지도 이렇게 옴짝달싹을 못하게 만들 것이다.

 

어떻게 해 가야지! 얼른 군대 가기 전에 못 풀었잖아

무슨 몸을 풀어 됐어 참나 내가……”

뭐가 병시나 니가 야리꾸리한 생각한거 아냐

뭐가 야리꾸리야 몸풀자고 하면 그렇게 생각하는거 당연한거 야냐 병신? 니가 병신이다! 사람을 가지고 놀아 아주!”

흠 그렇네 내가 널 남자친구라고 생각은 안하고 있는데 몸풀자고 했으니 얼마나 상상을 했겠어 그건 좀 미안하네

뭐라고?”

자 그럼 밥이나 먹으러 갈까? 병원밥 맛있는데

뭐라고?”

너 가슴 아프자나 가자 가서 병원진찰도 할겸

뭐 이런게 다있어

 

얼굴을 한대 갈겨주고 싶었다.

지금 내가 저 얼굴을 갈긴다면 정은은 아마도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으로 변할게 뻔했다. 나는 지금 대한민국 최강육군이며 최전방에서 근무하기 때문이다.

나는 조용히 문을 닫았다.

그녀와 더 이상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의외인 것은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은은 소리를 지르거나 문을 두드리거나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문을 닫은 이후의 행동을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는 행동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는 지금 닫아버린 저 대문을 열어 상황을 보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내 마음속에 없는 여자였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멋있는 군인은 대한민국에 나 하나 차정훈 이다.

미련은 없었다.

지금은 먹고 싶은 치킨만을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집안에 있는 엄마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왜 닭이 안 오냐며 은근히 내게 눈치를 주고 있었다.

여자와 닭 사이에서 선택을 하라고 하면 당연히 여자를 선택하겠지만 나는 닭을 선택을 한것이다.

아마도 정은이 알고 있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분해할지 또 이렇게 얘기를 할 것이다.

 

병시나!”

 

상관없다.

이제는 그녀와 나는 아무런 관계도 뭐 원래 아무런 관계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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